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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병 '알박기 인사', 뿌리 뽑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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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박기 인사'는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로, 현 정권이 퇴임을 앞두고도 공공기관 요직에 측근을 심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데서 비롯됨.
  • 이는 공공기관의 중요성과 현행 인사 시스템의 허점, 그리고 이전 정권의 전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
  • 이러한 관행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장 임명 절차의 투명성 강화, 임기 제도 개선, 그리고 여야 간의 자정 노력이 절실함.
  • 다음 정권은 부당한 '알박기' 인사에 대해 감사, 해임 절차 진행, 그리고 수사 의뢰 등 합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음.

정권 이양기, 공공기관 '알박기' 논란의 전개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알박기' 논란은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3일 불법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시기와 맞물려 대규모 공공기관 인사가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논란이 더욱 증폭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은 총 48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공공기관의 14%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이 중 45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에 임명되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에도 8명이 추가로 임명되면서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검찰 출신 김영진 씨가 임명된 사례는 이러한 맥락에서 대표적입니다.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이 소속된 주무기관을 살펴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이 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양한 부처 산하 기관에서 인사가 이루어졌습니다.
현재 임기가 만료되었음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관이 37곳, 기관장이 공석인 기관이 13곳에 달하며, 이미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윤석열 후보 선대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인사가 제청되고, 한국마사회장 및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자리에도 캠프 출신이나 전 정권 인사와 연관된 인물들이 거론되면서 '알박기'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내정 역시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나 임기 말 부처 장관의 인사권 행사는 이러한 '알박기'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이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단축하고 대통령 임기 종료 시 자동 종료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 또한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출처: 뉴스토마토

 


인천공항 '알박기' 시도와 그 좌절

최근 인천국제공항 자회사들을 둘러싼 '알박기' 인사 시도는 윤석열 정권의 임기 말 인사 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당시 여권 인사를 공항 관련 자회사 요직에 앉히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대부분 무산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인천공항에너지 관리본부장에 내정되었던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A씨와 인천국제공항보안 상임감사에 내정되었던 전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 단장 출신 B씨는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임명이 거부될 예정입니다. 이들 인사는 해당 업무와의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과거 논란으로 인해 '알박기'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법적 분쟁을 우려하면서도 자회사 이사회에서 '임명 부적절' 추천이 들어오면 주총에서 '적격자 없음'으로 처리할 방침임을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채용 절차가 중단된 자회사 사장 및 감사는 새 정부의 지침에 따라 다시 공모에 나설 예정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시도했던 총 4곳의 '알박기' 인사 중 인천공항시설관리 상임감사에 임명된 김현장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3명의 임명이 무산된 셈입니다. 인천국제공항보안 사장 내정 역시 중단되어 항공 및 보안 전문가인 이동현 현 사장이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좌절은 경향신문의 연속 보도와 더불어민주당의 강경한 대응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민주당은 '내란 은폐 및 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불법 계엄 이후 임명된 모든 공기업 사장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필요한 경우 고발 및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일영 특위 위원장은 이미 임명된 '알박기' 인사에 대해서도 절차상 하자를 찾아내 책임을 묻고, 공공기관 경영평가 또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역대 정권의 '알박기' 인사, 반복되는 그림자

정권 말기의 공공기관 인사 '알박기'는 비단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현 정권이 자신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거나,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공공기관 요직에 측근이나 코드 인사를 임명하는 행위는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는 새로운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을 약화시키고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도 유사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다수의 공공기관에 '알박기' 인사를 단행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나 한국동서발전 사장처럼 임기가 만료되었음에도 후임 인선이 지연되어 자리를 유지하는 사례들이 도마 위에 올랐으며, 대선 캠프나 특정 이념을 공유하는 이른바 '캠코더' 인사가 공기업 자회사 임원으로 상당수 채워졌다는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는 탄핵 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황교안 총리 권한대행 체제 하의 인사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한국마사회장이나 방통위 상임위원 자리에 당시 여권 인사가 임명되자,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가 이를 '졸속 추진된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며 엄단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말기 역시 박근혜 정부로의 정권 교체를 앞두고 공공기관 인사권을 둘러싼 충돌이 있었습니다.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감사 자리를 두고 박근혜 당시 당선인 측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라며 인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도 이명박 정부로의 전환을 앞두고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공공기관 인사 강행을 두고 이명박 당선인 측 인수위가 인사를 자제해 달라고 공문을 보내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이를 '모욕주기'로 받아들이며 강력히 반발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정권 교체기마다 '알박기' 인사는 마치 관행처럼 되풀이되어 왔습니다.


'알박기' 인사가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과 해법 모색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가 이처럼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현 정권이 퇴임을 앞두고도 권력을 유지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욕구에 있습니다.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대통령 임기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현 정권은 자신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거나, 정권이 바뀐 후에도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측근이나 코드 인사를 심어두려 합니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이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보은성 인사'의 성격을 강하게 띠기도 합니다.
또한, 공공기관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도 '알박기'의 유인을 제공합니다. 에너지, 교통, 금융,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집행과 막대한 예산 집행을 담당하기에, 정권은 이러한 기관에 대한 통제력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더불어, 공공기관장 자리가 높은 연봉과 사회적 명예를 보장한다는 점도 정치권 인사의 유인을 키우는 요소입니다.
현행 인사 시스템의 허점 또한 반복의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공공기관장의 임명권이 대통령 또는 소관 부처 장관에게 있어 자의적인 인사 재량이 허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공모 절차를 거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내정된 인사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으며, 이 과정에서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시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여기에 이전 정권의 '알박기' 사례를 답습하는 정치적 보복 우려 및 전례까지 더해져 '알박기'는 고질적인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알박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적·제도적 개선입니다. 공공기관장 임명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여 객관적인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확대하여 국회의 검증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나아가 정부의 영향력을 줄이고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사회나 관련 전문가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아 후보군을 형성하는 '시민사회 추천위원회'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임기 제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연동하여 정권 교체 시 자동적으로 임기가 종료되도록 하는 방안이나, 정권 교체기에는 잔여 임기가 일정 기간 미만인 경우 다음 정권에서 재임명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알박기' 인사가 명백한 인사권 남용으로 판단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재 강화도 필수적입니다.
제도 개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정치적 합의와 자정 노력입니다. 정권 교체기의 공공기관 인사에 대해 여야 간의 초당적인 합의와 자정 노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알박기'가 결국 정권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언론과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비판은 부당한 인사를 견제하고 공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이 정부의 정책 도구가 아닌, 국민을 위한 독립적인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여 기관장이 정치적 영향을 덜 받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알박기' 인사, 다음 정권의 합법적 대응은?

만약 이전 정권의 '알박기' 인사가 이루어진 경우, 다음 정권이 취할 수 있는 합법적인 조치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자진 사퇴 권고 및 압박입니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거나, 전문성 또는 도덕성 논란이 있는 경우, 공개적인 압박이나 비공식적인 통보를 통해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자진 사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해임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 임원은 이사회 또는 임원추천위원회의 해임 건의를 거쳐 임명권자가 해임할 수 있으므로, 새 정부는 이사회 구성 변경 등을 통해 해임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기관장이 기관의 정관이나 관련 법규를 위반했거나, 직무 수행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는지 감사 등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여 비위나 직무 태만이 드러나면 이를 해임 사유로 삼을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를 통해 기관장의 경영 성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근거로 해임을 추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나아가 감사 및 조사를 통한 압박도 유효한 수단입니다. 감사원에 해당 공공기관 및 기관장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여 부당한 인사, 비리, 방만 경영 등을 밝혀낼 수 있으며, 감사 결과는 해임 또는 법적 조치의 근거가 됩니다. 만약 비리나 불법 행위가 포착된다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습니다. 국회 차원에서는 국정감사 및 청문회를 통해 해당 기관장의 부당한 인사나 비리 의혹 등을 질의하고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여 여론을 환기하고 압박을 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 사업이나 예산 집행에 대해 예산 및 정책 재검토를 통해 해당 기관장의 정책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공공기관의 안정적인 운영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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