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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재명 대통령 재판 중단: 현직 대통령 불소추 특권의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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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이 무기한 중단된 사안은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헌법상 불소추 특권의 범위에 대한 법원 판단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죠. 이 사안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이재명 대통령 재판 중단의 배경과 법적 근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 및 백현동 발언'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1심에서는 유죄(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무죄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해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며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6월 18일로 예정되었던 공판 기일을 '추후 지정'으로 변경하며 재판을 무기한 중단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의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대한민국 헌법 제84조입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재판부는 이 조항에서 규정하는 '형사상의 소추'에 '공소 제기'뿐만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던 재판 절차'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대통령이 취임한 시점부터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한 모든 형사 재판에 대해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판단인 셈이죠. 이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 연속성과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헌법의 취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해석으로 풀이됩니다. 피고인으로서 재판에 계속 참여해야 하는 의무가 대통령의 막중한 직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입니다.


2. '소추' 해석을 둘러싼 법리적 이견과 논란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중단은 헌법 제84조의 '소추(訴追)'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첨예한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소추'의 넓은 해석 (재판 중단 결정의 근거)

재판부의 결정은 '소추'를 공소 제기뿐만 아니라 재판 절차의 진행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대통령의 임기 중 불필요한 사법적 논쟁이 국정 운영을 흔드는 것을 방지하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위를 보호한다는 논리에 기반합니다. 대통령의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임 추궁의 시기를 임기 이후로 유보하는 '불처벌 특권'의 성격을 강조하는 것이죠.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면 불소추 특권은 소멸하고, 중단되었던 재판은 재개될 수 있습니다.

'소추'의 좁은 해석 (재판 중단 반대 의견)

반면, 헌법 84조의 '소추'를 '검사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강한 반론이 제기됩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이미 공소 제기가 완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 '법 앞의 평등' 및 '재판받을 권리' 침해: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판이 중단되는 것은 헌법상 '법 앞의 평등' 원칙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며, 사법 정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특히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사건의 경우, 그 사실관계가 명확해질수록 재판 중단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면죄부' 변질 우려: 헌법 84조가 임기 중 범죄에 대한 처벌을 회피하는 사실상의 '면죄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 헌정사적 선례 부재: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이 이처럼 무기한 중단된 명확한 헌정사적 선례가 없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이러한 이견들로 인해 현재 법원의 재판 중단 결정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헌법 84조의 올바른 해석과 적용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임기 동안 중단하도록 하는 '재판 중지법' 추진 움직임도 이러한 논란을 제도적으로 해소하려는 시도이지만, 동시에 대통령에게 '불재판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3. 재판 재개 시나리오: 결과와 영향

만일 법원이 '소추'의 해석을 달리하여 대통령 임기 중에 재판을 재개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매우 큰 파장을 초래할 것입니다.

재판 재개 시의 법리적·정치적·사회적 영향

  • 법리적 결과: 헌법 84조에 대한 명확한 사법적 선례가 수립될 것입니다. 이는 향후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며, '법 앞의 평등' 원칙을 강력히 천명하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 정치적 영향: 현직 대통령이 형사 재판에 지속적으로 출석해야 하므로 국정 운영에 막대한 부담과 차질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는 대통령의 권위와 리더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야당의 공세와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의 사퇴나 탄핵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국론 분열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 사회적 영향: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정의 실현'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정치 탄압'이라는 부정적 평가로 양분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사법 리스크와 정치적 논쟁은 국민들의 정치적 피로감을 가중시킬 것입니다.

재판 결과 유죄 판결 시 처벌 여부

만약 재판이 재개되어 유죄 판결이 확정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재직 중에는 직접적인 형사 처벌(형의 집행)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유죄 판결의 확정' 자체는 헌법상 다른 절차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1. '소추'와 '형의 집행'의 구분: 헌법 84조는 '소추'를 금지할 뿐, '확정된 형의 집행'까지 재직 중 금지한다고 명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신분과 국정 수행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징역형 등의 즉시 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형 집행은 대통령 임기 후로 유보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참고로 공소시효는 대통령 재직 기간 동안 정지됩니다.)
  2. 벌금형의 경우 및 피선거권 상실: 만약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된다면, 해당 판결이 확정되는 즉시 피선거권이 상실됩니다. 대통령 직위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다음 선거 출마는 불가능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탄핵소추의 가능성: 유죄 판결은 헌법 제65조에 따른 탄핵소추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결정되면 대통령은 공직에서 파면됩니다. 헌법 제65조 제4항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 그러나, 이에 의하여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아니한다"고 명시하므로, 파면 이후에는 헌법 84조의 불소추 특권이 사라져 유죄 판결에 따른 형 집행이 가능해집니다.

4. 해외 사례와 시사점

현직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유죄 선고까지 받은 사례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드뭅니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통령 또는 행정부 수반의 직무 수행 안정성을 위해 임기 중 형사 절차 진행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중에도 여러 건의 수사를 받았지만, '성 추문 입막음 돈' 관련 사건의 유죄 평결은 퇴임 후에 이루어졌습니다. 미국은 한국처럼 명시적인 현직 대통령 불소추 특권 규정은 없지만, 법무부 지침을 통해 임기 중 기소를 유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프랑스: 한국 헌법 84조와 유사하게 현직 대통령에 대한 명확한 불소추 특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어 재직 중 형사 절차는 극히 제한됩니다.
  •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의원내각제 국가인 이스라엘의 총리는 현직 신분으로 부패 혐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대통령 제도와는 차이가 있지만, 현직 행정부 수장이 재판을 받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각국의 제도적 차이를 보여주지만, 대체로 대통령의 지위와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사법 정의와 법 앞의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왔습니다. 임기 중 형사 절차를 제한하더라도 퇴임 후에는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헌법상 대통령 직무 연속성 vs 법앞의 평등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중단은 단순한 개인의 사법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체계 안에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그리고 '법 앞의 평등'이라는 기본 원칙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대통령의 직무 연속성을 중시한 결과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사법 정의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향후 헌법소원 심리와 국회에서 논의될 '재판 중지법' 등은 이러한 헌법적 가치 충돌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 명확성을 찾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이 논의의 결과는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과 헌정사에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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